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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중국 비즈니스 인사이트] 리샤오 원장의 졸업사에서 읽어야 할 것

2018.08.10조회수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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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 인사이트] 리샤오 원장의 졸업사에서 읽어야 할 것


중국의 일반적인 대학평가에서 지린대는 대부분 항목에서 10권 안에 포함되는 명문이다. 특히 경제방면에서 평가는 더 높은데, 이곳을 이끄는 인물이 리샤오(李曉) 경제금융대학원장이다. 그가 올해 6월 2일 졸업식에서 한 졸업사가 중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한 그의 연설문은 웨이보 등을 통해 퍼졌다.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의 졸업사가 번역돼 중국의 인식을 읽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국내 언론계의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분도 얼마 전 이 칼럼을 꼼꼼히 소개하는 글을 썼다.

필자는 3주전 이 지면의 ‘미중 무역전쟁에서 알아야할 것’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을 읽으면서 고려해야할 것에 관해 썼다. 그때는 리샤오 원장의 강연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리원장의 칼럼을 읽으면서 내 관점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있다면 중국 내부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이번에는 그의 글을 통해 꼭 알아야 할 부분과 읽어내야 할 부분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선 가장 인식해야 할 점은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을 이제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리원장의 글이 중국에서 넓게 읽히는 점은 그 만큼 공감의 폭이 크다는 것이다.

글의 중요한 맥락은 이제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했는데, 우리(중국)는 피해를 입을 부분이 많다는 점을 말한다. 무역뿐만 아니라 농업, 전자, 금융 등 전반에서 피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리원장 역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이는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중국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5000억 달러인 대미 수출에서 이미 4500억 달러가 보복관세 대상인 상황에서 남은 것은 500억 달러다. 손실은 있겠지만 대안은 없다.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중국이 미국에서 사올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미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콩을 하루아침에 두세 배 늘려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미국이 많이 파는 무기를 사는 방안이 있지만, 보잉사 비행기를 하루에 수천 대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원장이 든 피해사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이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인 ZTE의 사례다. 미국에서 주요 반도체를 구매하는 이 회사는 북한이나 이란 제제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년간 구매 금지를 당했다. 부품의 근간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의 주가는 8번의 하한가 끝에 60%가 폭락했다. 740억 위안(한화 13조 원가량)이 증발한 이 사례를 들어 리원장은 미국 제제가 가진 위험성을 내비친다.

그러나 리원장의 입장이 굴복하자는 의미로 읽히지는 않는다. 결국 ‘자강’을 이루지 못하면 피해를 당하니 자강을 해야만 한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그래선지 이 상황은 1898년 청나라 광서제의 주도 아래 일으킨 변법자강운동(變法自彊運動)을 떠오르게 한다. 광서제는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캉유웨이, 량치차오 등을 중심으로 정치, 교육, 법 등 청나라 사회전반의 제도들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했다.

리원장의 주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이제라도 미국을 제대로 알자는 것이다. 리원장은 우선 맹목적으로 자국을 높게 평가하는 인식을 다시 고치고, 미국을 더 깊게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능력을 숨기고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의 기조를 아직 버리지 말고, 더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보는 눈을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이야기는 세계를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을 넘어 더욱 넓은 관용을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관용이야 말로 인류 최고의 지혜라는 그의 말에서는 필자는 역으로 미국이 보여주는 옹졸한 경계심을 볼 수 있다.

그의 글에는 미국연방준비제도(FRB)와 재정부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4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에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는 중국, 일본, 독일 등 ‘무역 국가’가 미국에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인 후, 그 중 상당 부분을 또다시 미국에 빌려주는 상황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중국 역시 수동적으로라도 달러가 평가절하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 달러화의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역설이다. 결국 리원장은 현 상황에서 미국이 어려워지는 것을 중국이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한다.

그의 관점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이번 전쟁이 “경제 행위나 경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국제정치 행위”라고 본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금 상황은 50센트짜리 100달러 지폐를 중국이 피땀 흘린 대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해석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눈에 중국이 가장 거슬리는 것은 미국 달러화나 채권 매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5월까지 외화보유고에서 외화 부채를 뺀 순 외화보유고는 약 1조9000억 달러로, 2013년 2조9600억 달러보다 30% 가까이 줄었다고 리원장은 정리한다.

거기에 1조5500억 달러 가량 되는 외자기업(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 자산을 고려하면, 중국이 지금 가진 1조9000억 달러의 외화보유고 중 80% 이상이 외자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카지노 칩처럼 때가 되면 돈으로 바꾸어갈 수 있는 외자기업이 투자를 철수할 경우 중국에 남은 외화가 3500억 달러 정도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원장은 이 상황에서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목적을 제조업에서 더 많이 양보하게 하고, 화폐금융 분야에서 더 개방하도록 만들려는 것으로 봤다. 월가로 대표되는 미국의 금융을 말하면서 리원장은 미국에 퍼지는 중국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심지어 ‘매카시즘’을 느꼈다라고 설명하는 정서를 통해 트럼프가 미국 내부를 뭉치게 한다고 본다.

거기에 미국이 스스로 만든 인터넷의 자유를 막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리원장은 ‘훌륭한 패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애매한 것은 중국은 스스로 무엇으로 대응할 지에 관해서는 쉽사리 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월가에 금융을 개방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텐데, 그 실질적인 방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미중간의 대결은 무역전쟁을 넘어, 자존심 싸움이 됐다. 워낙 큰 거함들의 전쟁이라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이 이 고래싸움에 등터질 새우 신세라는 것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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